꽤나 추워진 아침공기
이제 정말 가을이 왔다고 인사한다.
티셔츠 팔구멍으로 가을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아 이제 추워지겠구나.
팔구멍이 아닌,
5년 넘게 잠옷으로 입은 티셔츠가 해져서
손바닥만하게 찢어져있던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바람 들어오듯 머릿 속에 들어온 사람 하나.
내가 이 티셔츠를 입고 있는걸 좋아했던 그.
너무 오래 입어 낡았다고 티셔츠 구멍을 감추며 말했다.
낡은 티셔츠를 좋아하는 그를 보고 괜히 쑥스러워 했던 나.
하루만 더 입고 버려야지.
한번만 더 빨아서 입어야지.
하다 오늘 정말 버렸다.
티셔츠를 코에 대고 냄새를 크게 들이마셨다.
이 티셔츠를 좋아해하던 그의 모습을 마음속에 마구 들이부었다.
5년 6개월 째 리즈갱신
방 줄 리
마음 속에만 가지고 있는 것들
머리 속으로만 끄적이던 것들
혼자 키득이게 하고
때로는 설레게 때로는 아프게 하는 것들
그것들,내 맘 속 켜켜이 쌓여
아무도 모르게 기어코 날 배부르게 할 때.
그것만이 내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