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zoh Instagram – 신청한 사람이 백명이 넘었다는데, 인디문학1호점 윤태원은 어떤 기준으로 이 열 명의 사람을 뽑았을까. 그는 선발기준이 분명 있었으나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 기준이 혹시 쭈뼛거림 아닐까 짐작해본다… 첫날 다 모이자마자 기념 단체사진을 찍는데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어찌나 소심하던지 찍는 사람은 ‘자 이제 됐습니다‘ 라는 말을 도저히 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고 찍히는 사람들은 찍는 사람이 당최 촬영을 멈추지 않는데도 그저 묵묵히 포즈를 취했다. 하필 반 무릎 포즈를 취한 나는 마침내 무릎에 경련이 왔다…(그게 문제의 첫번째 사진)
그치만 그 쭈뼛거림을 계속해서 무릅쓰면서 우리는 글도 쓰고 밥도 해먹고 마피아 게임도 하고 그랬다. 옛날엔 안그랬는데 오랜만에 다시해보니, 이거 사람을 되게 겸허하게 하는 게임이었다. 시민으로써 나의 의심들이 무참히 좌절될 때마다 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충격을 받았다. 나의 선택, 나의 믿음… 이렇게 암 것도 아닌거야….? 이렇게 계속 틀리는거야…? 내가 보는 세상이란 대체 뭐였던거야…?
다음날 녹차와 수박을 먹고 ‘또’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들 한결 편안해보이는 모습… 하루만에 가까워진 사람들을 보는게 진짜 뿌듯하고 행복했다. ‘요조’의 독서캠프였기에, 모든게 다 내가 해낸 일 같았던 것이다….
나 역시 동경하는 누군가를 실제로 보고선 실망한 적이 많았기에, 여기 모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 ’ 하며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이 컸었다. 걱정한다고 실망을 안하게 되는 것도 아닐텐데. 알면서도 그렇게 된다. 집에 돌아오니 그 걱정의 긴장이 수루룻 풀리면서 12시간을 내리 잤다. 그러나 윤태원이 만들어준 귀한 현수막 챙겨와 세탁하는건 잊지 않았구, 다음에 혹시 요조의 독서캠프 또 하게 된다면 내가 이거 잘 챙겨갈거야…
나는 책 속에 몇 명의 친구가 있다.
’음악에 부침‘이라는 박연준 시인의 시는 내 친구 중 하나로, 그 시 덕분에 이라는 제목의 책이 만들어졌다.
하루키의 속 덴고에게는 실제로 매일 편지를 썼었다.(일기장에)
권여선 소설가의 속 사슴벌레는 고스란히 내 팔의 타투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지긋지긋하게 오래된 친구는 단연 의 요조이다. 그가 너무 좋아 내 예명으로 사용하다가 그가 너무 싫어져 신문 칼럼에 당신이 너무 싫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 미운정이 들어버렸다. 캠프에 오신 분들에게 내 책 속 친구들 중 요조를 간단히 소개했다. 다른 이들의 책 속 친구도 언젠가 소개받고 싶다. 우리 이제 맞팔이니까.. 언제든 소개시켜주세요.
박상수 시인은 ‘우린 너무 아름다워서 꼭 껴안고 살아가야 해’라는 문장을 남겼다. 그걸 잠깐 까먹었다가 마지막 사진을 보면서 다시 생각났다.
정말 고마워요 모두. 우린 너무 아름다우니까 꼭 껴안은채 잘 지내다 또 만나요.
#문화도시영월 | Posted on 01/Jul/2024 19: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