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ulla Instagram – 선오 새 시집 읽고 많이 놀랐다. 내가 시 엄청 좋아한다는 거 알게 되어서… 이전까지는 좋아하려고 노력했었다. 사랑하는 애들 중 유감스럽게도 시 쓰는 애가 많았고 걔들과 비슷하게 느껴보려고 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반의 반의 반이나마 이해해 보려고 애를 쓰고 그러다 관둬도 보고 종국에는 시를 쓴다고 놀려도 보았다. 시인에 대한 웃긴 농담을 지어내는 산문가로 지내는 게 가장 즐거웠는데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시를 겪기 바쁜 나머지 모든 글자가 내 산책이나 내 꿈이나 내 명상(심지어 나는 명상을 하지도 않는데) 그리고 내 미래 과거 내 신이 본 것을 옮겨놓은 것 같은 나머지… 아주 웃음이 나고 행복하고 슬프고 모든 것과 잠시 멀어지는 기분이 들고, 멀어졌다가 돌아오니 하나하나가 가여워지고 귀여워져 버린 것이다. 아주 세속적인 일들과 긴 분량의 마감 한복판에서 아침저녁으로 몇 편씩 읽은 이 시들이 작은 구원이었다.
내가 써야 할 글은 네 것과 다르지만 선오야, 66쪽의 시 전문을 읽으면서는 내 앞에 놓인 모든 과제들이 모두 농담 같아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 업보에 몰두하는 동시에 해방되는 이 느낌을 돌려줘서 진짜 고마워.
@sono__kim
#싱코페이션 | Posted on 09/Sep/2024 05:4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