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o Ji-woong Instagram – 우연히 친구에게 이끌려 들어간 식당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본관 건물과 사회교육원을 지나 작은 쪽문을 통과하고 비탈진 고개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에 식당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메뉴와 보통의 식기들로 가득찬 작고 허름한 식당입니다. 제육덮밥은 크고 깊은 보울에 밥과 고기가 함께 담겨 나왔습니다. 북북 썰은 상추가 고명으로 올라가있고 고기는 얇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식당을 자주 찾았습니다. 친구와도 가고 혼자도 갔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 듯 기뻐했습니다. 배가 고픈데 돈이 모자라면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 마시며 아주머니와 제육덮밥을 그리워했습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가 점심식사 시간이 바쁘니 한시간씩 일을 도와달라 했습니다. 대신 밥은 아무 때나 와서 그냥 먹어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학비와 집세는 어떻게든 벌 수 있었지만 늘 식대가 모자라 편의점에서 빵을 사먹어야 했던 나는 기뻤습니다. 졸업을 한학기 남겨두고 취업을 해 학교 앞의 고시원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매일 한시간씩 대단치도 않은 잡일을 돕고 식당의 밥을 축내었습니다. 아직도 아주머니가 왜 그런 제안을 했던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너무 바빠서 손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사정을 눈치채고 돕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부보다 돈 버는 게 훨씬 더 고되었던 그 검고 무거운 시기를 굶어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아주머니와 제육덮밥 덕분이었습니다. 스무해가 지났고 식당은 거기 없습니다. 나는 아주머니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알지 못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머니가 또 나를 집나갔다 돌아온 자식처럼 반겨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렇게 기뻐해주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귀하고 예쁜 것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어디를 가든 제육덮밥만 먹습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주머니가 해준 제육덮밥이 먹고 싶습니다. (배달의민족 원고) | Posted on 10/May/2022 19:47:10
Home Actor Heo Ji-woong HD Instagram Photos and Wallpapers September 2022 Heo Ji-woong Instagram - 우연히 친구에게 이끌려 들어간 식당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본관 건물과 사회교육원을 지나 작은 쪽문을 통과하고 비탈진 고개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에 식당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메뉴와 보통의 식기들로 가득찬 작고 허름한 식당입니다. 제육덮밥은 크고 깊은 보울에 밥과 고기가 함께 담겨 나왔습니다. 북북 썰은 상추가 고명으로 올라가있고 고기는 얇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식당을 자주 찾았습니다. 친구와도 가고 혼자도 갔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 듯 기뻐했습니다. 배가 고픈데 돈이 모자라면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 마시며 아주머니와 제육덮밥을 그리워했습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가 점심식사 시간이 바쁘니 한시간씩 일을 도와달라 했습니다. 대신 밥은 아무 때나 와서 그냥 먹어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학비와 집세는 어떻게든 벌 수 있었지만 늘 식대가 모자라 편의점에서 빵을 사먹어야 했던 나는 기뻤습니다. 졸업을 한학기 남겨두고 취업을 해 학교 앞의 고시원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매일 한시간씩 대단치도 않은 잡일을 돕고 식당의 밥을 축내었습니다. 아직도 아주머니가 왜 그런 제안을 했던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너무 바빠서 손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사정을 눈치채고 돕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부보다 돈 버는 게 훨씬 더 고되었던 그 검고 무거운 시기를 굶어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아주머니와 제육덮밥 덕분이었습니다. 스무해가 지났고 식당은 거기 없습니다. 나는 아주머니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알지 못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머니가 또 나를 집나갔다 돌아온 자식처럼 반겨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렇게 기뻐해주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귀하고 예쁜 것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어디를 가든 제육덮밥만 먹습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주머니가 해준 제육덮밥이 먹고 싶습니다. (배달의민족 원고)
Heo Ji-woong Instagram – 우연히 친구에게 이끌려 들어간 식당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본관 건물과 사회교육원을 지나 작은 쪽문을 통과하고 비탈진 고개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에 식당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메뉴와 보통의 식기들로 가득찬 작고 허름한 식당입니다. 제육덮밥은 크고 깊은 보울에 밥과 고기가 함께 담겨 나왔습니다. 북북 썰은 상추가 고명으로 올라가있고 고기는 얇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식당을 자주 찾았습니다. 친구와도 가고 혼자도 갔습니다. 사투리를 쓰는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 듯 기뻐했습니다. 배가 고픈데 돈이 모자라면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 마시며 아주머니와 제육덮밥을 그리워했습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가 점심식사 시간이 바쁘니 한시간씩 일을 도와달라 했습니다. 대신 밥은 아무 때나 와서 그냥 먹어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학비와 집세는 어떻게든 벌 수 있었지만 늘 식대가 모자라 편의점에서 빵을 사먹어야 했던 나는 기뻤습니다. 졸업을 한학기 남겨두고 취업을 해 학교 앞의 고시원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매일 한시간씩 대단치도 않은 잡일을 돕고 식당의 밥을 축내었습니다. 아직도 아주머니가 왜 그런 제안을 했던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너무 바빠서 손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사정을 눈치채고 돕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부보다 돈 버는 게 훨씬 더 고되었던 그 검고 무거운 시기를 굶어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아주머니와 제육덮밥 덕분이었습니다. 스무해가 지났고 식당은 거기 없습니다. 나는 아주머니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알지 못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머니가 또 나를 집나갔다 돌아온 자식처럼 반겨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렇게 기뻐해주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귀하고 예쁜 것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어디를 가든 제육덮밥만 먹습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아주머니가 해준 제육덮밥이 먹고 싶습니다. (배달의민족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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