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n Su-hyun

Sohn Su-hyun Instagram –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받아본, 연경과 함께 쓴 . 성혜현 편집자님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고, 이하나 편집자님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는 언제나 나란히 걸으며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연경과 친구들, 이름은 모르지만 저 너머 실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양을 멀리서, 어떨 때는 아주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마주보는 것과 나란히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같은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연경은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런 장면을 떠올린다. 나와 친구들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아주 가끔 함께 거리를 걸었다. 대충 같이 가고 있다는 느낌만 내면서 흩어져 걸을 때가 많은데, 우리가 일렬로 걷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있다. 누가 죽거나, 누가 누구한테 맞았거나, 누구를 죽이고 때린 사람이 너무 빨리 감옥에서 나올 것 같거나 감옥에 안 갈 것 같을 때, 현수막을 들고, 스티커와 종이를 나눠 받고, 검은 옷을 입고, 운동화를 고쳐 신고 걷는다. 우리가 나란히 서서 걸을 때 나는 그들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를 들었다. 유일하게 표정을 보지 않은 상태로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무에게도 명령하지 않는 친구들이 명령하는 소리. 바꿔라, 치워라, 그만해라. 나는 우리가 챙겨주고 챙김 받으면서 그 순간만을 누리고 오이소박이나 팍팍 무쳐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나란히 걸으며 악쓰는 사람과 오이소박이를 나눠 먹는 사람이 깉은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 내가 원한 것은누군가가 어떤 이와 얽히고, 부서지고, 넘어졌다가 다시 손을 잡고 일어나는 이야기. 손잡고 일어나 서로의 상처에서 이로운 진물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나란히 걸으며 글을 썼다. 아마 그들은 여전히 걷고 있을 것이다. 그 뒤를 놓치지 않고 따라 걷기 위해 장갑을 챙기고 운동화를 고쳐 신어 본다. 거리 위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집 오래된 냉장고에 붙어있는 쪽지를 떠올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친구들, 사랑해!’ 나는 그런 결말을 좋아한다.

#새드투게더 | Posted on 25/Dec/2024 11: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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