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유진에게 바치는 그림책을 만들었다. 제목은 『유진의 변덕스러운 삶』. 한 사람만을 생각하면 노래도 책도 뚝딱 완성하게 된다. 다섯 살 어린이 유진의 생활을 구경하며 쓰고 색칠했다.
며칠간 제주에서 일했다. 우리가 머문 곳은 ’신창유유희‘. 검소하고 멋스러운 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를 통창 너머로 실컷 보았다. 훤이는 여기서 아주 많은 번역을 해치웠고, 나는 해 지면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 드라마를 굴렸다. 돌과 구름과 나무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게 되는 곳이었다. 도착하던 날 원희언니가 구워준 사워도우는 살면서 먹어본 빵 중 제일 맛있었는데 다음에도 그만큼 뛰어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언니의 제빵사 이름은 만신창이 베이커다… 나를 십대 때부터 봐온 언니가 집 짓고 육아하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엄청 버거운 일들도 원희언니는 왠지 슥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신랑이랑 왔다고 아침 일찍 밥 해주러 출동한 윤아언니도 감자 옹심이 정도는 슥 빚어버린다. 재택 근무와 아빠 업무를 곡예처럼 병행하는 창현님은 살짝 힘에 부쳐보이긴 하나 이 집엔 곤두선 어른이 없다. 아무도 짜증을 내지 않는 생활. 나는 늘 이런 부분에 관심이 간다. 이 집의 첫째 어린이는 유진이다. 다섯 살 유진은 초면에 대뜸 일러주었다. “네 밤 자면 저 생일이에요.” 내가 대수롭지 않게 “그래?” 되묻자 그는 세 번 더 강조했다. “제 생일이 팔월 이십이일이에요. 팔월, 이십, 이일!” …나는 그가 흥미 없을 일들로 무지 바쁜 어른인데 날짜가 뇌리에 박혀 어쩐지 계속 신경쓰이는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신창유유희 @windpower.jeju @waves_come_and_go @minchanghyun @jaejudojoa
며칠간 제주에서 일했다. 우리가 머문 곳은 ’신창유유희‘. 검소하고 멋스러운 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를 통창 너머로 실컷 보았다. 훤이는 여기서 아주 많은 번역을 해치웠고, 나는 해 지면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 드라마를 굴렸다. 돌과 구름과 나무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게 되는 곳이었다. 도착하던 날 원희언니가 구워준 사워도우는 살면서 먹어본 빵 중 제일 맛있었는데 다음에도 그만큼 뛰어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언니의 제빵사 이름은 만신창이 베이커다… 나를 십대 때부터 봐온 언니가 집 짓고 육아하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엄청 버거운 일들도 원희언니는 왠지 슥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신랑이랑 왔다고 아침 일찍 밥 해주러 출동한 윤아언니도 감자 옹심이 정도는 슥 빚어버린다. 재택 근무와 아빠 업무를 곡예처럼 병행하는 창현님은 살짝 힘에 부쳐보이긴 하나 이 집엔 곤두선 어른이 없다. 아무도 짜증을 내지 않는 생활. 나는 늘 이런 부분에 관심이 간다. 이 집의 첫째 어린이는 유진이다. 다섯 살 유진은 초면에 대뜸 일러주었다. “네 밤 자면 저 생일이에요.” 내가 대수롭지 않게 “그래?” 되묻자 그는 세 번 더 강조했다. “제 생일이 팔월 이십이일이에요. 팔월, 이십, 이일!” …나는 그가 흥미 없을 일들로 무지 바쁜 어른인데 날짜가 뇌리에 박혀 어쩐지 계속 신경쓰이는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신창유유희 @windpower.jeju @waves_come_and_go @minchanghyun @jaejudojoa
며칠간 제주에서 일했다. 우리가 머문 곳은 ’신창유유희‘. 검소하고 멋스러운 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를 통창 너머로 실컷 보았다. 훤이는 여기서 아주 많은 번역을 해치웠고, 나는 해 지면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 드라마를 굴렸다. 돌과 구름과 나무 옆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게 되는 곳이었다. 도착하던 날 원희언니가 구워준 사워도우는 살면서 먹어본 빵 중 제일 맛있었는데 다음에도 그만큼 뛰어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언니의 제빵사 이름은 만신창이 베이커다… 나를 십대 때부터 봐온 언니가 집 짓고 육아하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엄청 버거운 일들도 원희언니는 왠지 슥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신랑이랑 왔다고 아침 일찍 밥 해주러 출동한 윤아언니도 감자 옹심이 정도는 슥 빚어버린다. 재택 근무와 아빠 업무를 곡예처럼 병행하는 창현님은 살짝 힘에 부쳐보이긴 하나 이 집엔 곤두선 어른이 없다. 아무도 짜증을 내지 않는 생활. 나는 늘 이런 부분에 관심이 간다. 이 집의 첫째 어린이는 유진이다. 다섯 살 유진은 초면에 대뜸 일러주었다. “네 밤 자면 저 생일이에요.” 내가 대수롭지 않게 “그래?” 되묻자 그는 세 번 더 강조했다. “제 생일이 팔월 이십이일이에요. 팔월, 이십, 이일!” …나는 그가 흥미 없을 일들로 무지 바쁜 어른인데 날짜가 뇌리에 박혀 어쩐지 계속 신경쓰이는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신창유유희 @windpower.jeju @waves_come_and_go @minchanghyun @jaejudojoa
숲과 바다와 빵과 밥과 책과 친구들. 친구들의 달라진 삶을 보는 여름. 그리고 자꾸 멈춰 서느라 나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게 하는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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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이가 『가녀장의 시대』 샘플 번역 초벌을 마침내 끝냈다. 이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번역하면 할수록 그의 체중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두 달 동안 자기 책 쓰는 쓰는 동시에 내 소설 100페이지도 영어로 옮겨준 사내여…! 나는 영어에 유창하지 않지만 그가 좋은 번역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랑 아주 아주 많은 상의를 하며 번역했기 때문이고 원작을 가장 여러 번 읽은 독자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웃긴 부분과 슬픈 부분에서 어김없이 공명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떤 문장은 영어 버전이 훨씬 좋을 정도로 잘해냈다. 내일부터 나흘간 한국문학 저작권 페어에 나간다. 우리 책에 관심 있는 해외 출판인들을 만날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이집트, 튀르키예, 브라질 출판계 종사자들과의 저작권 미팅… 현기증 나게 설렌다. 훤과 나, 그리고 출판사 이야기장수가 앉은 테이블로 그들 모두를 곡진히 모실 것이다. 훤의 번역본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구 북콘서트 무대에서 맛보기로 아주 살짝 읽어드린 적이 있다. 내가 한글 원문으로 한 줄, 훤이가 번역본으로 한 줄, 번갈아가며 읽는 교차 낭독이었다. 영어 버전의 가녀장 이야기를 듣는 독자들의 어마어마한 집중력이 무대로 쏟아졌던 것을 기억한다. 그날 질의응답 시간엔 아주 유려한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질문 그대로 원고가 되어도 좋을 만큼이었다. 그 와중에 마지막 질문 마이크는 객석 뒤쪽에 앉은 여자애한테 돌아갔는데, 너무 너무 떨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처음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 애는 더듬거리며 무대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거제도에 산다고, 오늘 난생 처음 대구에 와봤다고, 왜냐하면, 왜냐하면…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를 만나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여기까지 오는 데 세 시간… 집까지 돌아가는 데 다시 세 시간… 나는 그 작가가 나라는 사실이 슬플 정도로 황송해서 무대에서 내려가고 싶었다. 그런 나를 보며 그 애는 한참 더 더듬다가 이렇게 말을 끝냈다. “그러니까… 어… 그러니까… 사랑해요…” 초대형 비눗방울로 한 대 맞은 것처럼 온 객석이 술렁이고… 나는 울음을 참느라 혼났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일부터는 중요한 저작권 페어가 열리고 중요한 해외 출판인들도 만날 테고 가녀장 소설을 수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사실 나는 내 책이 너한테 갔으면 됐다. 거제도의 너한테… 처음으로 북콘서트라는 곳을 찾아가게 한 최초의 책이 내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기쁘다고, 삼백 명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네가 마이크 들고 사랑한다고 말해준 게 부커상 급의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거제의 독자랑 그렇게 만난 순간 다른 나라에 판권을 판 것 만큼이나 책이 멀리 갔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