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각본 계약한 뒤 처음으로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고 느낀다. 이렇게 쓰기까지 왜 1년이나 걸린 거냐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더딘 거냐고 나년의 멱살을 쥐어잡으려다가… 지금이라도 알아내서 장하다고 해줬다. 어느새 정 든 팀이 곁에 있고 나는 이제 겨우 이 극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된 것 같다. 물론 안 싸우면 더 좋다. 작업해야 할 분량이 엄청 긴데 집중력이 미천하리만치 짧길래 인스타그램을 PC로만 접속했더니 작업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말처럼 글쓰기 때문에 어제 오늘 내일이 물레방아처럼 돌아가게 된다. 이 느낌을 느낄 수 없는 날엔 얼마나 불안하고 주눅드는지. 훤이는 한창 내 소설을 번역 중이고 이제는 원작자보다 더 세세하게 원작을 이해하는 것 같다. 훤이가 옮긴 영어 문장을 보며 새삼스레 각본으로 가져오는 장면들도 있다. 내 인생은 가녀장 이야기로부터 꾸준히 멀어졌는데 우리가 여전히 이 이야기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좋다. 멀어질수록 잘 만들 수 있으니까. 한편 진짜루 멀리 떠나는 우리의 친구 류한경… 류한경이 명상 얘기만 꺼내면 후아아암 하품하고 낄낄대던 낙제생 이슬아… 류한경 보내고선 참았던 눈물 찔끔 찔끔 흘리던 이민자 이훤… 장마철에 헤어진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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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수영 안 하면 서운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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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엔 멀리서 온 손님들을 극진히 모셨다. 프랑스 사는 언니의 아들들이 불러준 샹송 제목의 뜻은 ‘바보같은 생각’이랬다. 나 그거 진짜 많이 하는데… 이 신비로운 쌍둥이들이 올해까지는 노래를 불러줬지만 내년 여름엔 안 불러줄 수도 있다. 중학교 2학년이 되기 때문이다. 노래는 커녕 대답도 안 해주는 본격 청소년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굴하지 않고 노래해달라고 조르는 삼십대 중반일 것이다. 한국어에 심드렁해진 아들들에게 굳이 홀로아리랑을 가르쳤던 저녁이 남아있다. 교보문고에 데려다놓고 제일 원하는 걸 하나 골라오라고 말한 뒤 쌍둥이를 기다리던 오후도 남아있다. 이 모든 게 얼마나 좋고 아린 건지 네가 당장은 몰라도 괜찮다. 시간이 지나고 어떤 말씨나 가락을 들었을 때 그저 이걸 모르지 않는다는 걸 알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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